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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내를 위해 뛴다'기아김상현'박동희칼럼

테크인코리아 2009. 9. 5. 18:31

[박동희의 스포츠Q] KIA 김상현 "오늘도 아내를 위해 뛴다"

9월 4일 광주구장에서 만난 KIA 3루수 김상현은 자신의 모든 것에 관해 솔직하게 답변했다. 하지만, 시종일관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안녕하세요. 스포츠팬 여러분.
그간 안녕을 기원합니다. <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입니다.

KIA 타이거즈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어메이징 타이거즈(Amazing Tigers)' 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만큼 올 시즌 KIA는 믿을 수 없는 방식으로 선두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 상태로만 간다면 정규 시즌 1위는 KIA의 차지로 보이는데요. 물론 한국시리즈에서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라는 생각입니다.

KIA의 상승세를 바라보는 관점은 매우 다양합니다. 그러나 이 선수를 빼놓고 KIA의 상승세를 분석하는 야구 전문가는 아무도 없습니다. 바로 '타이거즈의 심장' 김상현(29)입니다.

LG에서 KIA로 트레이드된 뒤 김상현은 야구 역사상 가장 극적으로 무명에서 스타로 발돋움한 선수가 됐습니다. 지난해까지 전 경기 출전은 고사하고 타율 2할7푼, 10홈런을 이상을 쳐 본 기억이 없는 김상현이 올 시즌은 홈런과 타점, 장타율 부문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결과가 나오리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텐데요. KIA처럼 김상현 역시 지금까지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정규시즌 최우수 선수(MVP)가 유력합니다.

하지만, 김상현은 개인적인 수상보다 팀의 ‘V10’를 위해 온 힘을 다할 생각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개인’보다 ‘팀’ 그리고 ‘나’보다 ‘우리’가 우선인 KIA 타이거즈의 3루수 김상현 선수를 모시고 <스포츠Q 라이브 채팅>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스포츠Q 라이브 채팅>은 야구팬 여러분의 참여와 공유로 이뤄집니다. 실시간 댓글로 질문을 남겨주시면, 그 자리에서 바로 김상현 선수에게 묻고 답변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자, 여러분께 소개하겠습니다. ‘타이거즈의 심장’ 김상현 선수입니다.

안녕하세요. 김상현 선수. 요즘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습니다. <스포츠Q 라이브 채팅>이 시작하기 전에도 많은 매스컴에서 당신을 인터뷰했는데요. 기분이 어떻습니까.

뭐, 그렇게 크게 부담스럽진 않아요(웃음). 제가 지금까지 못했던 걸 보여 드리려고 노력했는데 그게 잘 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을 뿐입니다.

jusno***, kyum***, mcm2***, aone***, mpd***님께서 물으셨습니다. “KIA에서 가장 친한 선수가 있다면 누군지 그리고 원정 숙소에서 룸메이트는 누군지 알고 싶습니다.”

KIA로 트레이드되면서 선배들은 대강 알고 있었어요. 주장인 (김)상훈이 형이랑도 친하고 전체적으로 선배들과는 다 친해요. 음, 후배들이 좀 낯설었지만, 이제는 다 친해진 것 같아요. 원정 숙소 룸메이트는 같이 트레이드된 (박)기남이입니다.

리그 최고의 강타자로 거듭난 김상현

리그 최고의 강타자로 우뚝 선 김상현(사진=KIA)

LG에서 KIA로 트레이드 되면서 당신의 야구인생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2군 배리 본즈’라는 소릴 듣던 당신이 1군에서 당당히 본즈급의 활약을 해줬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많은 이가 당신의 극적인 상승세를 두고 이런저런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그 가운데 shinhyun***님께서는 “주전 보장에 따른 심리적 안정이 큰 역할을 담당하지 않았겠느냐”고 지적하셨습니다.

LG에 있을 때는 제게 맡긴 역할을 다하지 못했어요. 많은 분이 “LG에서 KIA로 오며 무엇이 달라졌느냐”고 물으시는데요. 일단 정신적 부담감만 말씀드리면 여기(KIA)는 수비실책을 하든 방망이를 못 치든 크게 부담이 되지 않아요.

황병일 타격코치님이 절 처음 봤을 때 그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네가 할 수 있는 것만 보여다오. 안 되는 건 내가 조언해주겠다”고. 실제로 제가 “코치님 이게 잘 안 되는데 어떠세요?”라고 하면 황 코치님이 그래요. “마침 내가 이야기하려 했는데”하고요.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까 문제점이 금방금방 해결되는 것 같아요.

야구도 역시 소통이 중요한 듯합니다. 코치가 아무리 최선 야구이론을 알고 있어도 선수를 이해시키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겠지요. hive2***님은 당신의 상승세가 ‘엄청난 훈련량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하시는 분입니다.

(신중한 표정으로) 어디 저만 훈련을 열심히 했겠어요. 다른 선수들은 저보다 더 열심히 땀을 흘렸을 텐데요. 일단 저만 말씀드리면 특타는 기본이고 체력유지를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과 러닝을 꾸준히 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생각해보면 올해 훈련을 열심히 해서 좋아진 게 아니라 그간 꾸준히 해왔던 게 올 시즌 빛을 발하는 것 같아요.

ijy0***, kaise***, leecoldh***님께서도 전문적인 분석을 하셨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타격메커니즘이 좋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인데요.

KIA에 오면서 타격 스탠스 변화가 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변화구 공략법을 바꾼 게 큰 효과를 보는 듯싶어요. 요즘은 변화구 공략을 위해 몸의 중심을 뒷발에 둔채 공을 높게 보고 치려고 해요. 그렇게 하니까 자동으로 변화구 공략이 되더라고요. 돌아보면 (잠시 머뭇거리다가) 저와 잘 맞고 대화가 잘 통하는 코치님이 계셨다면 좋았을 텐데…대화가 잘 통하는 황 코치님을 만나 잘됐다고 봅니다.

LG 시절 당신을 가리켜 “변화구에 약하다”는 평이 많았지만,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다소 약할 뿐 전체적인 변화구 공략은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입니다. 특히나 2군에서 포크볼을 받아쳐 ‘펑펑’ 홈런을 때리는 걸 보고서 ‘저 타자가 어째서 변화구에 약하다는 소리지?’하고 의아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LG 1군에 있을 때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삼진을 자주 당하다 보니까 선입견이 생긴 것 같아요. 요즘엔 낮은 공엔 거의 속지 않아요.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삼진 당하는 일도 많이 줄었습니다.

LG 시절 김상현은 변화구에 약한 타자로 통했다. 김상현을 둘러싼 수많은 편견 가운데 하나였다. 사진은 김상현이 삼진을 당하자 포수 이재주가 "빨리 타석에서 벗어나라"고 농담을 거는 장면(사진=KIA)

“LG에서 KIA로 트레이드 될 때,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지난 일이지만 opas***, ikj1***님께서는 LG에서 KIA로 트레이드됐을 때의 감정을 물으셨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서운했지요. 서운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거예요. (정)성훈이가 LG에 입단하고 저와 3루 포지션 경쟁을 벌였잖아요. 결국, 제가 1차 스프링캠프에서 떨어지면서 그때 많이 힘들었는데요. 설상가상으로 KIA로 트레이드가 되면서 조금 의기소침했던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독하게 먹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어떤 야구팬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김상현은 정성훈 때문에 KIA에서 LG로 왔고, 다시 정성훈 때문에 LG에서 KIA로 왔다”고.

올 스프링캠프에서 (정)성훈이와 주전 경쟁을 벌이다 1차 캠프에서 잘리고 저만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그땐 정말 앞날이 깜깜하더라고요. 그래도 어쨌거나 살아남아야 하니까 코치님들과 상의해 수비위치도 바꾸려고 하고 이런저런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결국, 트레이드가 됐는데요.

(이)진영이야 어렸을 때부터 친구니까 걱정도 하고 격려도 많이 해주더라고요. 선배들도 많이 아쉬워하면서 “KIA 가서 네 참모습을 보여주라”고 덕담도 들려주시고. 그때 제가 성훈이 보면서 ‘딱’ 한마디만 했어요.

뭐라고?

“넌 진짜 내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웃음).

김재박 감독도 아쉬워했을 법한데요.

김 감독님께선 ‘딱’ 한마디만 하셨어요. “네게 기회를 더 줬어야 했는데 미안하다”고. 그래서 제가 그렇게 말씀드렸어요. “지금껏 기회를 많이 주셨는데 그걸 잘 살리지 못했습니다. KIA에 가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제 2의 한대화, 김상현

2002년 LG로 트레이드 되기 전의 김상현. 그는 가능성있는 3루수였으나, 정성훈과의 주전싸움에서 밀려 LG로 갔다(사진=KIA)

KIA로 오면서 각오가 남달랐을 듯싶습니다.

각오라면 글쎄요. 처음 KIA에 와서 7번 타순에 배치됐어요. 하위타선이라면 하위타선이었죠. 그때 마음속으로 ‘난 타율 3할 타자가 아니다. 하지만, 내 앞에 주자가 있으면 반드시 타점을 올리고 말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결정타는 타율 2할6푼 타자도 올릴 수 있는 거니까요. 그래야 (한숨을 내쉬고서 또렷한 목소리로) 다시는 떠돌지 않을 테니까요.

당신 앞에 주자가 있을 땐 어떤 감정이 드는지 궁금해요.

누상에 주자가 있으면 어떻게든 공을 쳐서 홈으로 불러들여야겠다는 생각밖엔 없어요. 그게 제 임무니까요. 그리고 투수가 제게 뭘 던질지 늘 고민해요.

투수가 당신에게 어떤 공을 던질지 어떻게 예측하나요.

예를 하나 들면 (나)지완이가 3번, 제가 5번을 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저는 투수들이 지완이를 어떻게 상대하는지 유심히 봅니다. 지완이와 제 타격 스타일이 비슷해 지완이를 상대한 투구패턴을 제게 그대로 적용할 때가 잦거든요. 그래서 투수가 지완이한테 뭘 던졌는지 머릿속에서 떠올리면서 타석에 섭니다. 실제로 거의 같은 코스로 같은 구종이 들어올 때가 많아요.

그런 노력이 더해져서인가요. 당신의 득점권 타율은 입이 쫙 벌어질 정도입니다. ke***, huny6l***, chvd***, darksti***, dudqlstls***, sonks2***님께서도 저와 같은 생각이신데요. 실제로 올 시즌 당신의 득점권 타율은 3할9푼8리입니다. 그러나 주자가 없을 때 타율은 2할6푼에 지나지 않습니다. 특별히 득점권 타율에 강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자기 임무를 다 해내겠다는 생각 말고 다른 다짐도 있을 듯한데요.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유주자 시에는 상대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질지 고민을 많이 해요. 투수도 제 연구를 많이 하겠지만, 저도 투수들 연구를 많이 하거든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타석에서 먼저 상대 투수의 구종을 파악해요. 그리고 과거 제가 그 투수에게 어떤 공으로 공략당했는지 떠올려요. 만약 SK 김광현에게 몸쪽 빠른 공으로 삼진을 당한 기억이 있다고 치면 다음에 만날 때 몸쪽 공을 노리는 식입니다. 어차피 투수는 좋았을 때를 기억할 테니까요.

어쨌거나 올 시즌은 상대 투수가 뭘 던지겠다 싶으면 그 공이 정말로 오고, 배트에 빗맞더라도 운 좋게 안타가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주자 있을 때 집중력을 더 높이려고 노력한 것도 도움이 된 것 같고요.

올 시즌 만루홈런이 4개나 됩니다. 한 개만 더 치면 5개로 한 시즌 최다 만루홈런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요즘 만루 상황이 되면 부담 ‘반’ 욕심 ‘반’의 감정이 들 듯싶은데요.

사실 시즌 초반에는 만루 기회가 와도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았어요. 만루 득점권 타율이 5할이 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런데 우연하게 기록과 연관되면서 저도 모르게 배트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 것 같아요. (묘한 미소를 지으면서) 만루 때 ‘펑펑’ 칠 땐 저도 의외였어요. 노린 데로 공이 오지 않나, 치면 넘어가지 않나(웃음).

김상현은 황병일 타격코치를 은인으로 생각한다. 그의 말을 들어주고 이해해줬기 때문이다. 코치는 마술사가 아니다. 코치는 인생의 조언자다. 그런 의미에서 황 코치는 프로야구에서 보기 드문 지도자다(사진=KIA)

golde***님께서는 만루 상황의 중압감을 이겨낼 수 있는 자신만의 정신자세가 무엇인지 물으셨습니다.

정신자세까지는 그렇고요. 이렇게 보시면 돼요. 만루 상황이 되면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는 투수가 있고, 유인구부터 시작하는 투수가 있습니다. 제가 볼 때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는 유인구부터 시작하고 제구력이 좋지 않은 투수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고집해요.

전자를 상대할 때는 초구나 2구째 방망이가 나가지 않으려고 노력하지요. 반대로 제구가 좋지 않은 후자를 상대할 때는 초구부터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물론 부담은 돼요. 하지만 ‘오늘 못 치면 내일 치자’ ‘내가 못 쳐도 뒤 타자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하려고 해요.

어떻게 하면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을까요. 많은 선수가 그런 이야기를 하지만, 정확한 뜻을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시즌 초반에는 저도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이거 못 치면 잘못 되지 않나’하는 걱정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시즌 중반부터 타율이나 홈런 그리고 타점에서 벌어둔 게 있으니까 한두 번 못 쳐도 ‘다음 타석에 꼭 잘 쳐야지’하는 부담이 덜하게 되더군요. ‘마음이 편하다’란 건 그런 의미 같아요.

‘해태의 전설’ 김봉연의 뒤를 잇다

ccmm**, gkdlfn5***, k30***, band***님께서는 당신의 배번에 관심이 많습니다. 당신은 야구 명문 군산상고 출신입니다. 현재 배번도 27번입니다. stark***님의 말씀에 의하면 해태 입단 때는 46번, LG 때는 7, 26번. KIA에선 27번을 달았다고 하는데요. 27번은 과거 해태를 대표했던 김봉연의 배번과 같습니다. 김봉연을 의식하고 단 건가요.

의식하지는 않았어요. (강)철민이 형이 원래 KIA에서 등번호 27번을 달았어요. 제가 KIA에 왔을 때 달고 싶은 등번호가 있었지만 27, 48번 등 남은 등번호가 별로 없었어요. 그 가운데 27번이 가장 끌렸어요. (활짝 웃으며) 김봉연 선배님의 배번이 27번이었다는 건 처음에는 몰랐어요. 제가 잘하니까 김봉연 선배를 의식해 등번호 27번을 달았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 같아요.

pdj1***, guyt***님께서는 당신을 보면 과거 해태의 해결사였던 한대화가 떠올려진다고 하는데요.

각종 인터뷰에서 저와 한대화 삼성 수석코치님을 비교하는 말씀을 많이 듣는데요. 전 그래요. 감히 제가 한 수석님과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겠느냐고 말이지요. 비교 자체만도 그저 영광일 뿐입니다. 솔직히 전 1년 반짝했을 뿐이지만 한 수석님은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올리셨잖아요. 저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상대시죠.

김봉연, 한대화 두 이 가운에 어느 쪽이 당신과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생각하세요?

전 김봉연 선배님 쪽이에요. 고교 선배이시기도 하지만, 그것보단 김 선배님이 현역시절 때 홈런과 타점을 많이 올리셨잖아요. ‘해결사’란 의미에선 한대화 선배님과 닮았을지 몰라도, 타격 전 부문을 고려하면 김 선배님 쪽이 올 시즌 저와 더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13c***, jp3***님께서는 올 시즌 기가 막힌 활약을 한 까닭에 다음 시즌 투수들의 집중견제가 예상된다고 하시는데요. 개인적으로 좀 더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하십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타격보단 수비를 보완해야 할 것 같아요. 공격은 당연히 내년 시즌 견제가 심할 테니까 선구안을 더 길러야겠고. 역시 타자는 좋은 공과 나쁜 공을 골라내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LG 시절보다 김상현의 3루 수비는 향상됐다. 그러나 조금 더 보완해야 한다는 게 그와 야구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사진=KIA)

일전에 한화전에서 경기 도중 빠진 적이 있습니다. 수비 실책에 따른 질책성 교체라는 지적이 많았는데요.

다음날이 두산전이었어요. 선수들이 많이 피곤해하니까 감독님이 절 휴식차원에서 쉬게 하는 줄 알았어요. 아, 그런데 그게 아니었단 말이에요?(웃음). 실책을 범해 동료나 팀에게 누가 됐으면 경기 도중이 아니라 1회라도 바뀔 수 있다고 봐요.

naeun0***님께서 흥미로운 질문을 하셨습니다. “앞 타자 최희섭을 거르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했는데, 반대로 투수가 최희섭을 힘들지 않게 처리하고 당신과 맞설 때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때의 감정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투수가 저를 거르면 (환하게 웃으며) ‘참, 나도 많이 컸구나’하는 생각을 해요. 물론 저를 거르면 제 뒤 타자도 피가 거꾸로 솟겠죠(웃음). 올 시즌 처음 고의사구를 롯데전에서 경험했습니다만, 그거 ‘썩’ 좋지 않더라고요. 다음 타석 때 타격페이스를 잃어버렸거든요.

9월 1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와의 경기에서 3회초 2사 1루 김상현이 고의사구로 출루하고 있다. 김상현 자신도 멋쩍은 표정을 하고 있다(사진=KIA)

thqk***님께서는 타점왕과 홈런왕 가운데 어느 부문이 더 욕심이 나는지 물으셨습니다.

둘 다 욕심은 있죠(웃음). 그래도 둘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면 음…타점왕보다는 홈런왕을 더 의식할 것 같아요. 타점은 누상에 주자가 있어야 가능하잖아요. 그리고 나보단 동료가 만들어준 기회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홈런은 제 스스로 만든 결과물이고, 투수들의 견제가 심하면 기록할 수 없으니까, 아무래도 타점보단 홈런이 더 매력적인 것 같아요.

sell***, 007cl***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나 순간이 있는지 물으셨습니다. 야구뿐만 아니라 개인적 인생사에서도 그런 순간이 있었는지 알고 싶다고 하시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이나 순간이라, 많은 분이 LG에서 KIA로 트레이드될 때를 생각하시겠지만 반대에요. 2002년 KIA에서 LG로 트레이드 되기 전날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어째서지요?

그날 공교롭게도 상대팀이 LG였어요. 저는 다음날 2군으로 내려가기로 돼있었고요. 그전부터 제가 트레이드 될 거란 소문이 있었나 본데 전 까맣게 몰랐어요. 알고 보니까 KIA가 LG에 트레이드 요청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김성근(현 SK) LG 감독님이 “왜 저 선수하고 방동민을 바꿔야 하느냐”며 물으셨대요. 그만큼 제가 완전 무명이었던 시절이었지요. 다행히 그 경기에서 제가 마무리 이상훈 선배님을 상대로 9회 동점 홈런을 쳤어요. 그 홈런이 정말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 홈런 때문인지 다음날 LG로 트레이드 됐습니다.

나에게 타이거즈는 '기회'의 다른 이름

nkkj0***님께서는 “올 시즌 김상현의 상승세에는 결혼 뒤 안정적인 생활도 한몫하고 있다”고 분석하셨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2007년 12월에 (결혼을) 했어요. 아직 아기가 없어서 그런지 와이프와 늘 신혼처럼 지내요 경기 없는 날이면 와이프와 영화도 보고 친구들도 만나면서 시간을 보내요. 최대한 와이프와 함께 하려고 하죠. 아이가 생기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은데요.

결혼도 부럽지만, 아기 이야기가 나오니까 더 부러운데요. 2세 계획은 잘 진행되고 있나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계속 노력 중에 있습니다(웃음).

baboon***님께서는 홈런 세레모니할 때 어째서 손을 공중으로 드는지 물으셨습니다.

그게 참 우연이었어요. 첫 만루 홈런치고 베이스를 도는데 속으로 ‘이거 뭐라도 포즈를 취해야 하지 않나’싶더라고요. 그래서 손을 하늘 위로 올렸거든요. 그런데 희한하게 계속 만루홈런이 나오는 거예요. 그래 또 손을 하늘 위로 올리는 자세를 취했죠(웃음). 최근 들어 쇄기, 역전 홈런 등을 칠 기회가 많아지면서 가끔 그런 포즈를 취하기도 하는데요. 솔로, 투런, 스리런 홈런 칠 때는 될 수 있는 한 투수를 자극할만한 동작은 취하지 않으려고 해요.

만루홈런이 터질 때면 김상현은 하늘을 향해 손을 올렸다. 아마도 우리는 이러한 장면을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다(사진=KIA)

우리나라 투수들은 그런 동작에 매우 민감한 편이에요.

그렇죠. 개인적으로는 롯데 (홍)성흔이 형처럼 오버액션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봐요. 그게 팬들에 대한 보답이고 자기표현이잖아요. 물론 너무 오버액션을 하면 안 되겠죠. 하지만, 그라운드에서 투수가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의 동작은 괜찮지 않나 싶어요.

홈런을 치고 아내를 보면서 따로 동작을 취한 적은 없나요?

아내가 관전할 때 홈런을 치면 아내를 향해서 손을 흔들어 주기도 합니다(웃음).

그렇군요. 아내에게 손을 흔들어준다라, 저도 가끔 벽을 보며 그림자에 손을 흔들어주기도 합니다. 각설하고. doslf***님은 ‘곤조’, ‘김 상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데 어떤 별명이 가장 자신에게 맞는다고 생각하는지 물으셨습니다.

예전에 제 응원가가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 상사~’라고 시작하는 노래였어요. 그래서 별명이 ‘김 상사’가 된 걸로 알아요. ‘곤조’는 제가 이국적으로 생겨서 외국인 선수 같다고 팬들이 지어주신 별명이고요. 개인적으로 ‘김 상사’나 ‘곤조’란 별명 썩 좋아하지 않아요(웃음). 이종범 선배님처럼 ‘바람의 아들’ 이런 멋진 별명이면 모를까. 농담이고요. 팬들이 좋아해서 불러주시는 별명이니까 늘 감사할 따름입니다. 최근에 절 보고 ‘신 해결사’라고 부르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마음에 쏙 들어요(웃음).

어느 KIA 팬께서 그런 글을 남기셨더군요. “제가 타이거즈 팬인 걸 어린 아들에게 숨겼습니다. 그간 팀이 너무 부진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상현 선수가 돌아오며 타이거즈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듯 보입니다. 부끄럽지만 이제야 아들에게 아빠가 좋아하는 팀이 타이거즈라고 말하게 됐습니다”라고.

타이거즈가 김상현 선수에겐 어떤 의미인가요?

군산상고의 무명 선수였던 저를 처음으로 뽑아준 팀이 타이거즈였습니다. 선수생활을 접어야 하는 마지막 순간에 절 받아준 팀도 타이거즈였습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호랑이 굴에 정신 못 차리고 들어갔다 정신 바짝 차려서 나오고 낭떠러지까지 몰렸는데 결국, 호랑이 덕분에 살아나게 됐다’라고요. 타이거즈는 제게 기회입니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아내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아내가 저 때문에 고생을 참 많이 했어요. LG에 있을 때 제가 좀 철이 없었거든요. 어렸을 때니까 돈이 생기면 생기는 대로 썼어요. 후배들 사주고, 먹고 싶은 거 사먹고 정말 후하게 썼어요. 그러다 보니까 돈이 없는 거예요. 하루는 누나에게, 그때는 결혼하기 전이니까 누나라고 불렀거든요.

“누나, 나 진짜 이렇게 생활하면 안 될 것 같아. 통장 좀 맡아줘”하고 통장을 통째로 맡겼어요. 그런데 제가 계속 버릇을 못 고치고 또 돈을 막 쓰고 다닌 거예요. 결혼해서도 얼마 동안 그렇게 행동했어요. 돈이나 많이 벌면 모를까 돈도 적게 벌어오면서 그렇게 쓰니 아내가 얼마나 속이 상했겠어요. 그래도 고마운 게 다른 분들이라면 남편을 포기할 텐데 제 아내는 끝까지 통장을 손에 쥐고 아끼면서 살았어요.

(눈시울이 붉어지며) 아내가 저 때문에 위험한 병에 걸린 적이 있어요. 그 병 때문에 늘 미안한데요. 여성분들은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갑상선 기능이 떨어진다고 하더라고요. 제 아내는 그게 심해서 암까지 섞여서…(한숨을 길게 내쉬며) 처음엔 그렇게 큰 병인 줄 몰랐어요. 지금은 치료를 잘해서 건강하게 살고 있지만, 아내에게 늘 고맙고 미안할 따름이에요.

지금까지 곁에 있어줘서 정말 감사하고…(떨리는 목소리로) 생각 같아선 돈을 '막' 벌어다 주고 싶은데 지금까진 그게 잘 안됐어요. 올 시즌은 저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좋은 결과가 있겠죠. 제가 잘하면서 아내가 기뻐하는 게 가장 행복합니다.

김상현이 스윙 한번으로 4개 베이스를 모두 도는 날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KIA의 'V10'은 현실이 될 것이다. KIA팬이 지금 해야할 일이 있다면 구장에 나가 열심히 김상현의 이름을 연호하는 것이다. 그러면 꿈은 이뤄진다(사진=KIA)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지만 잠시 후 경기가 벌어지기 때문에 당신을 보내야만 합니다. 마지막으로 당신을 응원하는 야구팬들에게 한마디 해주시지요.

타이거즈 팬들께 정말 고마울 뿐입니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저와 팀을 더 믿고 더 성원해 주시면 올해 반드시 ‘V10’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호랑이 굴로 다시 돌아왔으니 정신 바짝 차리고 남은 경기에서도 홈런, 타점을 많이 생산해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겠습니다. 항상 절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이라면 그 모든 게 가능할 겁니다. 당신의 뒤엔 당신의 이름뿐만 아니라 당신의 영혼까지도 응원하는 수많은 팬이 있습니다. 부디 부상없이 시즌을 마치길 기원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광주 무등야구장에서 KIA의 김상현 선수를 만나봤습니다. 함께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박동희해설위원님, 좋은기사 감사합니다. 대기만성형 선수, "LG에서 KIA로 트레이드된 뒤 김상현은 야구 역사상 가장 극적으로 무명에서 스타로 발돋움한 선수가 됐습니다." 인생역전만루포를 날리고 있는 김상현선수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