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영화, 문화축제

베드신 “택시비나 여관비나 마찬가지일것 같은데”

테크인코리아 2009. 9. 29. 02:40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 감우성 vs 엄정화 ... 이남자와... 하고싶다

 

대학 강사 준영(감우성)은 소개로 만난 커리어 우먼 연희(엄정화)와 따분한 커피숍으로부터

전통 주점까지 이어지는 제법 긴 데이트를 끝내고 택시를 잡기 위해 길 위에 서 있다.
그러나 준영은 연희가 이런 의외의 한 마디를 던질 줄 몰랐다.
“택시비나 여관비나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이 도발적인 한 마디를 던지고 동그란 눈으로 빤히 준영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연희의 얼굴에서 화면은 두 사람의 격한 키스 장면으로 갑자기 전환된다.
허름한 여관방에서 잘 차려 입은 도시 남녀가 침대 위로 쓰러진다.
격렬한 입맞춤이 이어지고 있는 사이, 준영의 손은 바빠진다.
타이트한 연희의 스커트를 벗기고 자신의 드로즈를 벗으려는 순간 연희는 말한다.
“다 벗지 말고 지금 넣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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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첫 베드신은 ‘제법 놀아 본 여자’처럼 보이는 연희의 리드로 진행된다.
자신만의 독특한 섹스 취향을 남성에게 요구하는 여성의 적극적 리드가 특징적인 장면이다.
21세기 미혼 남녀의 성과 사랑에 대한 집요한 탐구가 엿보이는 영화이니만큼
그들의 심리 묘사는 베드신 그 자체에서 표현된다.
단지 남녀의 섹스를 스크린에 펼쳐놓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정사 중 나누는 대화 속에 영화의 주제를 담아 놓는 것이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서의 엄정화의 열연이 더욱 가치있는 이유는 엄정화가 오랫동안
성적 매력을 과시하는 것으로 승부해온 ‘섹시 스타’ 였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성애 연기를 데뷔 이후 10년 이상 감추어 놓았다가 결국 터뜨린 것의 파급효과는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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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관객들을 위한 일종의 ‘티징(Teasing)’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단어의 원 뜻과는 달리 ‘보여줄 듯 말듯 관객들을 자극하는’ 것을 뜻하는 용어다.
물론 이런 티징은 화려하고 과감한 노출이 동반됐을 때 더욱 힘을 지닌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이런 티징의 기법을 영화 내내 이용했다.
거듭되는 베드신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본격적 노출을 하지 않았던 엄정화는
준영과 연희의 ‘가상 신혼여행’이라는 영화 속 클라이막스가 되는 장면에서 처음으로 그 나신을 공개한다.
‘결혼 전 마지막 정사’라는 우울한 소재는 엄정화와 감우성의 명랑한 연기 덕분에 화사해진다.

 


 

아내가 결혼했다’ 보다 무려 6년이나 먼저 2중생활을 하는 유부녀의 이야기가 등장했지만

그리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영화 속의 베드신들이 언제나 명랑함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엄정화를 기억하는 관객들이라면,
개봉을 앞둔 ‘인사동 스캔들’을 통해 명랑함과는 전혀 거리가 먼 엄정화에 한번 더 놀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