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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장사' 나지완 꿈을 쏘다

테크인코리아 2009. 10. 25. 22:23

'천하장사' 나지완 꿈을 쏘다

"이 한방으로 모든걸 보상받았다"

 5-5 동점이던 9회 1사후 3번 나지완이 SK 채병용의 몸쪽 높은 143㎞짜리 직구를 걷어올리자 1루쪽 KIA 덕아웃은 난리가 났다. 나지완은 타구를 바라보지도 않고, 덕아웃을 향해 두 팔을 치켜들며 환호했다. 역전 끝내기 홈런이 터진 것이다. 12년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나지완은 1-5로 끌려가던 6회말 왼손 이승호의 141㎞짜리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직구를 통타해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2점홈런을 쏘아올리며 추격의 불씨도 지폈다. 나지완은 자신의 홈런과 함께 경기가 종료된 직후 뜨거운 눈물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최희섭과 김상현 두 거포에 가려 그동안 큰 관심을 받지 못하던 인물.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얼굴로 "홈런 이야기만 나오면 최희섭, 김상현 두 선배에 이어 세번째, 네번째로 내 이름이 나와 솔직히 섭섭했었다. 그러나 오늘 이 한 방으로 모든 걸 보상받았다"며 처음 받은 스포트라이트의 감격을 대신했다.

 홈런을 치고 들어온 직후 나지완은 특히 이용규와 얼싸안고 울어 보는 이들마저 뭉클하게 했다. "1년 동안 함께 노력한 것들이 생각나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고 했다.

 시즌 때 나지완에게 변화구 위주의 승부를 해 오던 SK가 이날따라 직구 위주로 상대한 것도 스타 탄생의 발판이 됐다. 평소 직구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했다. 벤치를 향해 세리머니를 했는데 타구가 어디로 넘어갔는지도 못봤다. 관중석에서 '끝내기 홈런' 소리가 울려퍼졌다는데 그 소리마저 못들었다. 병용이형이랑은 잘 아는 사이라 미안하고 죄송하다"며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자신과 MVP를 다퉜던 로페즈에 대한 솔직한 마음도 숨기지 않았다. "사실 로페즈와 시즌때 많이 싸웠다. 한번은 로페즈가 '쟤는 지명타자로 있다가 내가 등판할 때만 수비를 나와서 실책을 하는데. 왜 저려냐'고 하는 말을 듣고 기분이 나빠서 싸운 적이 있다. 로페즈가 이번에 참 잘 했는데 솔직히 좀 미안하다"며 웃었다.

 나지완은 많은 KIA 타자들이 그렇듯 황병일 타격코치를 맨먼저 떠올렸다. "황 코치님께는 아버지라고 부를 정도로 속에 있는 얘기를 다 한다. 작년 11월부터 함께 하면서 항상 진심어린 조언과 꾸지람을 해주셨다"며 고마워했다. 이어 최희섭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후배들이 어려워할 수도 있는데 나랑 1년 내내 룸메이트를 하면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사실 희섭이형이 뒤(4번)에 있어서 나한테 기회가 온 것이다. 나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고 말했다.

 <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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