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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구이

테크인코리아 2010. 3. 31. 23:52

◈조개구이 李 基 銀 좁은 수족관 늙은 해초의 품에 바다 속 이야기 다 게워내고 짠 물 속에 싱거운 세월 풀던 조개 격자무늬 석쇠위에서 말을 잃었다 피나게 앙다문 입술은 길지 않은 생 해 뜰 녘 박꽃을 닮아 해탈을 꿈꾸는 듯 원망스런 눈길 접으며 숯불 껴안고 거품을 토한다 거품에 담긴 속뜻 알리없는 소주 한 잔 허전한 사내의 상처 난 위벽을 할퀴며 조(躁) 울(鬱)의 경계를 넘나들다 뜨거운 숯의 열기 온몸으로 보듬은 뽀얀 나신을 만나 저들만의 언어로 생을 이야기 하지만 삶의 운치를 잃어버린 젓가락 끝에선 조각난 바다가 겨운 울음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