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람과 물 이것으로 족하다
제가 중학교 다닐때 소풍가던 곳이 인터넷에 뜨니
옛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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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 화양구곡의 금사담. 뒤로 보이는 한옥이 우암 송시열이 벼슬에서 물러나 은거하던 암서재다. 암서재에 들어 밖을 내다보는 시야도, 반대로 밖에서 암서재를 바라보는 풍광도 어느 것이 더 낫다 할 수 없을 정도로 빼어나다. 어찌 이런 자리를 찾아냈을까. 안목이 감탄스러울밖에…. |
충북 괴산에는 도처에 ‘구곡(九曲)’입니다. 알려지기로는 화양구곡이 으뜸이지만, 선유구곡도 못잖습니다. 거기다가 쌍곡구곡과 갈은구곡에다가 괴강줄기를 따라 이름 붙여진 고산구곡까지 합한다면 괴산 땅에는‘구곡(九曲)’으로 이름 붙여진 맑은 물 흐르는 수려한 계곡이 무려 다섯 개나 있는 셈입니다.
아시다시피 ‘구곡’이란 이름은, 중국 남송 때의 학자 주희(주자)가 지은 무이산 아홉계곡을 ‘무이구곡’이라 이름붙이고 이를 기리는 ‘무이구곡가(武夷九曲歌)’를 짓자 이를 본따 붙인 것들입니다. 주희는 무이산 계곡 아홉 곳의 빼어난 경치를 읊으면서 자연 경관뿐만 아니라, 은근한 상징과 은유로 자신의 학문적 성취까지 묘사해냈습니다.
주희의 주자학을 흠모하던 조선의 선비들에게 구곡이란 그야말로 ‘미적 유토피아’였습니다. 퇴계 이황과 우암 송시열, 송강 정철…. 이름난 조선의 선비들은 경치 좋은 곳에 은거하거나 주유하며, 구곡을 정하고 시를 읊었습니다. 이들은 자연풍경을 칭송했지만, 그 안에는 멋들어진 풍류와 삶에 대한 태도까지 깃들어 있음은 물론입니다.
구곡이란 아름다운 9개의 곡(구비)을 일컫는 말이니, 다섯곳의 구곡을 모두 합친다면 괴산 땅에는 45곡이나 되는 절경이 있는 셈입니다. 모르긴 해도 선비들도 여름철의 계곡을 으뜸으로 쳤겠지요. 아름다운 풍광을 앞에 두고 버선 벗어 탁족을 하거나 시를 짓고, 노래도 하고, 술잔도 기울였을 겁니다.
사실 ‘계곡의 풍광이야, 다 거기서 거기’라고 한다면야 더 할 말이 없긴 합니다. 계곡을 그저 ‘물놀이 장소’로만 여긴다면 그것도 별반 틀린 말은 아닐겁니다. 하지만 옛 선비들이 이름 붙인 구곡에서 꼭 경치만을 봐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옛 선비들의 정신을 보겠다면 괴산 땅의 다섯 개의 구곡은 저마다 다른 풍경으로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우뚝 솟은 바위봉을 끼고 있는 화양구곡이 웅장한 계곡이라면, 너른 암반이 펼쳐진 선유구곡은 부드럽고 또 편안한 느낌이 드는 곳입니다. 제수리재를 넘는 산간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쌍곡구곡이 변화무쌍하다면, 첩첩이 숨겨진 갈은구곡은 오밀조밀한 것이 마치 수줍은 색시와도 같습니다.
그 계곡에 차례로 들어봤습니다. ‘구름이 그림자를 드리운 물가’란 뜻의 ‘운영담(雲影潭)’이니 ‘옥처럼 맑은 물이 닿는 벼랑’이란 뜻의 ‘옥류벽(玉流壁)’이니 하는 이름만으로도 옛 선비들의 풍류가 느껴집니다. 삶의 가치를 물질로 재지 않았던 시절. 소박하면서도 유유자적한 생활이 선비들이 닿고자 하는 목표였던 시절. 바람이 불고 물이 흐르듯 자연의 흐름에 따라 ‘도의 경지’에 닿도록 풍류를 즐겼던 옛 사람들의 정취가 손에 잡힐 듯합니다.
괴산의 구곡에는 유독 신선 ‘선(仙)’자가 붙은 곳이 많았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깎아지른 절벽의 경치는 곧 신선이 내려오는 곳이었고, 그곳에서 풍류를 즐기면 자신도 신선이 될 것이라고 믿었던 것일까요. 옛 선비들도 구곡에 들어 하는 일이란 ‘노는 것’이었겠지만, ‘노는 일’이 감각적인 쾌락이나 외형적인 즐거움에만 멈추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풍광으로 스스로를 정화하고, 자연에 다가가는 삶을 지향하며, 또 자유를 만끽하는 일이었을 겁니다. 마치 신선처럼 말입니다.
호화로운 호텔이나, 으리으리한 콘도미니엄에 들어 쾌적한 여름을 보내는 휴가를 계획하고 계십니까. 혹 그렇게 휴가를 보낼 비용이 모자라 전전긍긍하거나 박탈감을 느끼지 않으시는지요. 이렇듯 소모적인 휴가가 아니라도 뭐 어떻습니까. 깊은 계곡에 들어 청류에 몸을 담그거나, 계곡가에 자리를 펴고 싸온 김밥 몇줄만으로 충분히 행복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계곡가의 식당에 닭백숙을 청해놓고, 무릉반석에 놓인 평상에 가족들과 둘러앉는 ‘오래된 추억의 경험’은 또 어떻겠습니까. 괴산·문경 = 글·사진 박경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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