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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 된장예술 어머니표 방법이 비법

테크인코리아 2010. 6. 15. 22:19

http://blog.naver.com/enwls804/120093951153

 

 

충북 청원 자연주의 된장예술 김종희 씨

자연과 더불어, 장맛에 빠져 살지요


남편은 방송국 PD, 아내는 아나운서라는 번듯한 직업을 마다한 채 시골로 내려가 새로운 삶을 꾸린 부부가 있다. 그리고는 남들이 불편하다며 꺼리는 한옥을 손수 가꾸고 귀찮다고 거들떠도 보지 않는 된장과 간장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우리네 전통 장맛에 흠뻑 빠져 사는 자연주의 된장예술의 김종희, 류상현 부부다.


 

농사는 보통 정성으로 할 수 없는 일

어릴 적 혼자 녹음기를 틀어놓고 시낭송을 즐기던 소녀는 대학을 졸업한 후 방송국 아나운서가 되었고 그곳에서 입사동기인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다. 결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들이 다 부러워하던 직장을 그만두었고 세 아이의 평범한 엄마로 살아갔다. 막내딸로 태어나 종갓집 종부가 뭔지도 모르고 시작한 결혼생활, 그렇게 20여년이 훌쩍 흘렀고 그 사이  그의 영역은 세 아이의 엄마에서 유기농 장을 담그는 ‘자연주의 된장예술’의 대표 자리까지 넓어져 있었다. 그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쉬운 일이 아닌 건 사실이에요. 말이 무공해지 모든 과정 하나하나에서 소홀할 것이 없더라고요. 작물에만 농약을 안 주면 무농약이라고들 알고 계시죠? 그게 아니더라고요. 또 3년간은 땅을 그냥 쉬게 해야돼요. 저도 농사짓기 전에는 그게 그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어요. 웬만한 사람은 버티질 못할 일이죠. 잡초들은 왜 그렇게 잘 자라는지 숱하게 뽑아도 끊임없이 올라오는 잡초를 보면서 정말 농사라는 게 보통 정성을 들여야 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죠.” 청주에서 나고 자란 그에게 농촌생활은 남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힘들었을 거라는 짐작이 간다. 아파트에 익숙해진 아이들도 진짜 집 같지 않다며 낯설어했고, 그 역시 집안 곳곳 손보고 신경 쓸 곳이 많았다. 생활에 있어서도 불편한 점이 많았다.

요즘 귀농이 하나의 트렌드(?)라고는 하지만 그의 출발점은 달랐다. “결혼 초부터 남편이 고향으로 돌아오고 싶어 했어요. 종손이기도 했고, 나고 자란 집에 대한 향수가 강했나 봐요. 또 방송국에 근무하면서 자연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많이 기획했지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나 관심도 굉장히 많았고요. 그러면서 점점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고, 결국 내수로 돌아오게 된 거죠.” 그의 뜻보다는 남편의 뜻을 따라 본격적인 시골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전직 아나운서답게 단아하고도 고운 외모를 가진 그가 직접 밭을 일구고, 메주를 띄우고 된장과 간장을 만든다니. 좀체 상상이 가질 않는다. 

 


 

어머니표 방법이 바로 ‘비법’

음식에 관심이 많았던 아내와 자연에 관심이 많았던 남편. 그렇다고 채식주의를 고집하는 등 요란스럽게 건강을 챙긴 건 아니었다. 다만 아이들에게 되도록 자연식을 먹이고자 했고 항생제에 노출된 육류를 피하는 정도였다. “밖에 나가면 유혹이 너무 많잖아요. 그래서 애들이 처음엔 불만이 많았지만, 기초 체력이 좋아요. 어릴 적에 식습관만 잘 들여도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는데 요즘 밖에서 파는 음식을 먹어보면 점점 자극적이고 달게 변하는 것 같아요. 그게 순수하게 짜고 달면 괜찮은데 모두 화학적인 재료라는 게 문제죠. 좋은 재료를 제대로 된 과정으로 만들면 음식에선 자연스레 단 맛이 생기는데 말이죠.” 이 말을 듣고 나니 그가 왜 하필이면 유기농 된장과 간장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제야 이해가 갔다. 현재 그의 장맛을 알고 찾아오는 고정적인 고객은 100명 정도다. 아직은 작은 규모지만 그래도 한번 맛을 보면, 꼭 다시 연락을 해온단다.

장을 만드는 법은 모두 시어머니로부터 배운 것이다. “어머니가 가르쳐 주신대로 장을 만들어보니 맛이 있더라고요. 언젠가 애들 작은아버지가 장 맛을 보고는 사업 한번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진짜 시작하게 됐네요.”

장 사업을 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들리는 소리도 많았다. 이건 이렇게 하면 맛있고, 저건 저렇게 해야 좋다는. 하지만 결국 그가 택한 방법은 시어머니가 가르쳐주신, 집안 대대로 내려온 방법이다. 그게 바로 비법인 셈이다. 실제 김종희 씨는 유기농 콩을 기본으로 해 콩을 삶을 때도 가마솥에 참나무 장작을 사용하고 메주를 엮을 때도 유기농 벼를 이용하는 등 세심한 부분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발효, 된장과 간장 가르기, 숙성과정 모두 시어머니께 배운 방법 그대로다. 손가락으로 된장을 찍어 맛을 보니 너무 짜지 않고 고소한 맛이 오래토록 남는다.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는 과정

6년 전 고향집에 돌아온 그해부터 바로 장을 담그기 시작한 건 아니었다. 생각보다 준비할 것들이 많았다. 일단 첫 해에는 뒷산에서 나무를 해와 장작을 마련했고, 가마솥을 걸 준비를 하는 등의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소량으로 가족들끼리 나눠먹을 것만 담글 때와는 또 달랐다. 밖에 나가 있어도 메주가 걱정이 되어 수시로 집을 왔다 갔다 했고 콩을 쑤고 메주를 띄울 때 며칠씩 집을 비우는 건 꿈도 꾸지 못했다. 아직 할 일이 많긴 하지만 지금 뒷마당에 있는 항아리들을 보면 지난 시간이 꿈같이 느껴진다.

요즘은 메주를 띄우는데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지만 콩을 쑤는 과정도 엄청나다. 겨울에 접어들자마자 콩을 쑤기 시작하는데 어른 둘이 꼼짝없이 달라붙어 5~6시간을 저어주어야 하는 중노동이다. 재래식 된장은 동짓달 안에 메주를 쑤어야 제 맛이 나기 때문이다. 가마솥에 직접 불을 때가며 하는 작업이 쉽지 않지만, 물과 불을 조절하는 게 요령이라 다른 사람 손에 맡길 수도 없다. 지금은 메주들이 특유의 냄새를 풍기며 익어가고 있는 중이다. 황토방에 들어가 보니 메주들이 가지런히 자리하고 있다. 습도 조절을 위해 수시로 창문을 열어줘야 하고, 위치도 골고루 바꿔줘야 한다. 사실 메주 냄새를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이 메주들은 퀴퀴한 게 아니라 은근히 구수한 냄새가 난다. 좋은 재료를 가지고 제대로 만들면 이렇게 다른가 보다.

직접 된장이나 간장을 담그는 집이 거의 없는 요즘 김종희 씨는 시간을 거꾸로 가는 사람처럼 보인다. 대단한 사명감으로 출발한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 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는 그의 말에는 어느새 힘이 들어가 있다. 길지 않은 만남이었지만 그의 이야기에, 생각에 어느덧 마음까지 훈훈해진 느낌이다. 그가 들려준 된장을 들고 집으로 가는 길, 내일 아침 밥상에 올라올 구수한 된장찌개를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침이 꼴깍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