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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미안해 / 작자미상 (한 네티즌의 이야기) * 낭송 베아트리체

테크인코리아 2011. 2. 15. 19:16

 

 

 

엄마 미안해/작자 미상   (한 네티즌의 이야기)


                                 * 낭송 베아트리체


 

"빨리 일어나, 학교가야지."

엄마의 자명 소리에 눈을 떴다.
시간을 보고 나는 인상부터 찌푸리고 언성을 높였다.

"왜 지금 깨웠어! 아.. 짜증나!"

 

 

주섬주섬 교복을 입고 나가려고 하였다.
그때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해. 엄마가 몸이 좀 안 좋아서.".
"뭐야 또 감기야?!

"미안해. 자 여기 도시락".

"됐어..갈께!".

 

도시락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뛰어가면서 살며시 뒤를 돌아보았다.
엄마는 말없이 주섬주섬 내 팽겨진 도시락을 다시 담고 있었다.

창백했다…….
여느 때보다 엄마의 얼굴이 창백해보였다.
하지만 늘 엄마는 아팠기 때문에.
난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학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 주 토요일 수학여행을 간덴다.
가고 싶었다.
가서 가난이란 걸 깨끗이 잊고 싶었고
엄마도 잠시 잊고 싶었다.

집에 와서 여느 때처럼 누워있는 엄마를 보며.
인상이 먼저 찌푸려졌다.

 

 

"어어…왔어.".
"엄마! 나 수학여행 보내줘!"

 

 

다녀왔다는 말도 않고 보내달라고만 했다.
"어...수학 여행...얼만데.?".

엄만 돈부터 물어봤다. 우리집 형편 때문에 가야될지
안 가야될지 고민됐다.

 

 

"8만원은 든다는데?".
"8만원씩이나……?".

"8만원도 없어?! 그지같애.

이런 가난이 싫었다.
돈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가난이 싫었다…….

엄마도 싫었고, 엄마와 나 뿐이라는 것도 외로웠다.
엄마는, 한숨을 쉬더니 이불 속에서 통장을 꺼냈다.

 

 

"이거..엄마가 한푼 두푼 모은 거야. 여기서 8만원 빼.".

난생 처음 보는 우리 집의 통장을 보며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고맙다는 말도 없이 당장 은행으로 달려갔다.

 

 

통장을 펴보니 100만원이라는 나로선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있었다.
이걸 여태 왜 안 썼나 하는 생각에 엄마가 또 미워졌다.

 

 

8만원을 뺐다.
92만원이 남았다.

애들이 요즘 가지고 다닌다는 핸드폰이라는게 생각이 났다.
40만원을 더 뺐다.
가까운 핸드폰대리점에 가서 좋은 핸드폰을 샀다.

 

즐거워졌다.
난생 처음 맛보는 즐거움과 짜릿함 이였다.
핸드폰을 들고 거리를 쏘다녔다.

여러 색색의 예쁜 옷들이 많았다.
사고 싶었다. 또 은행을 갔다. 이번엔 20만원을 뺐다.
여러 벌의 옷을 샀다.
예쁜 옷을 입은 나를 거울로 보면서
흐뭇해하고 있을 때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었다.
엄마가 잘라준 촌스러운 머리..

 

 

5만원을 다시 뺐다.
머리를 예쁘게 자르고, 다듬었다.

 

 

모든 것이 변했다.
이젠 수학 여행 때 필요한걸 살 차례다.

난 무조건 마구잡이로 고르고 샀다.
그렇게 집에 갔다

또 지긋지긋한 집에 가기 싫었지만
그래도 가야만했다.

엄만 또 누워있었다. 일부러 소리를 냈다.

 

 

"흐흠!!!".

엄마가 일어났다.
통장을 건네받은 엄마는
잔액을 살피지도 않고.
바로 이불속으로 넣어버렸다.

 

 

그렇게 기다리던 여행날이 왔다.
쫙 빼입고 온 날 친구들이 예쁘다고 해주었다.
고된 훈련도 있었지만, 그때동안은
엄마생각과 가난 그리고 집 생각을 하지 않아서 좋았다.

 

 

이제 끝났다.
2박 3일이 그렇게 빨리 지나 가는지 첨 알았다.
또 지긋지긋한 구덩이 안에 들어가야 한다.

 

 

"나왔어!"
웬일인지 집이 조용했다.

"나 왔대니까!?".

조용하다. 신경질 나고 짜증나서 문을 쾅 열었다.

엄마가 있었다. 자고 있었다.

내가 오면 웃으며 인사하던 엄마가
딸이 왔는데 인사도 않고 자기만 한다.

"혹시 내가 돈 많이 써서 화가 낫나?…….


그런데…….

그런데…….

엄마가……차가웠다…….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그 싫었던 엄마가 차가운데 이상하게..이상하게 슬펐다…….
믿어지지가 않았다…….

마구 흔들어 깨워보려고 했다…….
하지만…엄마는 일어나지 않았다…….
엄마가 눈을 뜨지 않는다…….

 

 

"엄마! 나 다신 이런 짓 안 할게!!!안할 테니까!!!!!!!! 제발 눈좀떠!!!!!!!!".

 

 

그런데 통장에서 무언가가 툭 떨어져 내렸다.
엄마의 편지였다.

 

 

<나의 사랑하는 딸 보아라>

내 딸..

이 에미 미웠지? 가난이 죽어도 싫었지?.
미안해…….
엄마가 배운 것도 없고, 그렇다고 돈도 없었어…….

너한테 줄 거라곤. 이 작은 사랑…….
이 쓸모없는 몸뚱이밖에 없었단다…….
엄마가 병이 깊어 먼저 가는구나…….

실은 수술이란거 하면 살 수 있대…….
근데 돈이 어마어마하게들더라…….

그래서 생각했지…….
그까짓 수술안하면 우리 딸 사고 싶은 거 다 살 수 있으니까…….
내가 수술 포기 한다고…….

 

 

딸아…….
이 못난 에미도 엄마라고 생각해준거 너무 고맙다…….
우리 딸. 엄마가 제일 사랑하는거 알지?
사랑한다.....사랑해…….


추신: 이불 잘 뒤져봐. 통장하나 더 나올 거야…….
엄마가 너 몰래 일해가면서 틈틈이 모은 2000만원이야…….
우리 딸 이제 가난 걱정 안하고 살아서 좋겠네.


편안하게 눈을 감고 있는 엄마를 보고 있자니
나 자신이 너무 미워진다.
그동안 엄마를 미워했던 것보다 100배 아니 1000배.
아니, 끝도 없이 나 자신이 미워지고 비열해진다.

 

엄마가 싸준 도시락도 내팽개쳤던 나야…….

엄마한테 신경질내고 짜증만 부렸었는데…….

내가 엄마 너무너무 미워했잖아…….

그렇게 밉고 나쁜 날 왜 사랑한건데...

미안해.....정말 미안해...


나 이말 엄마한테 처음으로 말하는 거다..

 

 

엄마..엄마........사랑해.......사랑해요........

 

 

 

                                        *이 이야기는 실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