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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끈끈했어도, 지금은 적이다.

테크인코리아 2011. 2. 20. 21:51

선동열-류중일-한대화, 타지에서 묘한 만남

일간스포츠



묘하게 만났다.

삼성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 20일 새벽부터 내린 비로 삼성과 한화의 평가전이 취소됐다. 세 남자가 모일 기회가 생겼다. 류중일 삼성 신임 감독과, 한대화 한화 감독, 그리고 지난해 말 구단 운영위원으로 밀려난 선동열 전 감독이다.

셋은 2009년까지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선동열 감독-한대화 수석코치-류중일 수비 코치 체제였다. 그러나 2009년 말과 지난해 말 일었던 '격랑'으로 셋의 입장은 완전히 갈렸다.

이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농담을 주고 받았지만, 그 안에는 각자의 고충이 녹아 있었다. 1년여 전엔 같은 고민을 했지만, 지금은 서로 입장이 달라졌다.

한 감독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범호를 데려간 KIA로부터 보호선수 명단을 받았을 때의 고민이었다. 한 감독은 "김주형이 있었으면 딱 좋았을 텐데…. 고교 시절부터 김주형(KIA)·박석민(삼성)·장진용(LG)이 방망이는 잘 쳤거든"이라며 입맛을 다셨다. 3루 강화를 위해 김주형이 보호선수명단에서 빠지기를 기대했지만 KIA가 김주형을 보호한 것이다.

한 감독은 트레이드를 통해 내야수를 보강할 뜻을 내비쳤다. 가능하다면 삼성 3루수 박석민이 탐이 났을 것. 한 감독은 삼성 수석코치 시절부터 박석민을 아꼈다.

선 위원이 한 감독의 의중을 먼저 파악했다. "다 투수를 달라고 하니 트레이드가 쉽지 않을 거에요"라고 막아섰다. 장타력을 갖춘 박석민을 데려오기 위해서라면 수준급 투수를 내줘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 감독 시절 트레이드를 활발하게 시도했던 경험이 묻어났다. 또 한화에는 내줄 만한 투수가 없다는 위로의 뜻도 포함돼 있었다.

한 감독은 껄껄 웃기만 했다. 그는 "오히려 내가 위로하고 다녀"라고 말했다. 전력보강을 위해 트레이드 카드를 맞추고 있는데, 다른 팀 감독들이 "선수가 없다"며 앓는 소리를 한다는 것이다. 8개 구단 중 선수층이 가장 얇은 한화의 사령탑으로서는 듣기 괴로운 말일 것이다. 한 감독이 오히려 적장을 위로하고 전화를 끊는 경우가 많단다.

듣고 있던 류 감독이 자리를 정리했다. "불펜 보러가는 데 같이 가시죠." 상대 팀 감독에게 불펜 투구를 보여주는 건 상당한 서비스다. 한 감독은 "나한테는 (투수들) 보여줘도 돼"라며 웃었다. 그러나 이미 1군급 선수들의 불펜피칭은 모두 끝나 있었다. 과거엔 끈끈했어도, 지금은 적이다.

오키나와=허진우 기자
이호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