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님께
감독님께 고백 하나 합니다. 전 지난해 겨울 감독님의 뜻을 잘 몰랐습니다. 그래서 제 고집만 피웠습니다. 포수 시켜달라고 졸랐습니다.
이제 다시 말하고 싶습니다. 감독님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계속 포수를 고집했다면 올시즌 좋은 성적을 못냈을 겁니다. 10년 동안 저를 지켜보시면서 저의 장단점을 잘 파악한 뒤 포지션 변경을 제안했던 감독님의 뜻을 그땐 정말 몰랐습니다.
롯데로 소속팀을 옮기면서 좋은 대우를 받게 된 것은 어찌 보면 제가 타격에 몰두할 수 있도록 판단하시고 밀어주신 감독님 덕분입니다.
전 가슴이 아팠습니다. 남들이 감독님과 저의 사이가 좋지 않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아 그랬습니다. 팬까지 그렇게 생각해 제 가슴은 찢어지는 듯했습니다. 감독님이 포수 안 시켜서 제가 롯데로 이적했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그 일로 감독님도 마음에 상처를 입으셨겠구나 생각하니 더욱 가슴이 아픕니다.
왜곡이란 게 그런 것 같습니다. 친형 같고, 때로는 아버지 같은 분이셨고 10년 동안 정이 들었습니다. 막상 감독님을 떠나려 하니 아쉬울 따름입니다.
제가 중앙고에 다닐 때가 기억납니다. 첫 만남이었죠. 인스트럭터로 저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애지중지 자식같이 대해주셔서 놀랐습니다. 이런 코치와 함께 훈련하고, 경기하고 싶다고 다짐했습니다. 일이 잘 풀려 두산에서 다시 뵙게 됐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
감독님은 1982년 선수로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셨고, 2001년 코치로서 한국시리즈 우승도 하셨습니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한국시리즈 우승에 제가 일조하지 못하고 떠나 정말 죄송합니다. 그 꿈 반드시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다시 한 번 그동안 잘 보살펴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저도 그라운드에서 좋은 경기로 보답하겠습니다. 제가 결승타 치고 오버액션 취해도 너무 나무라지는 마세요.
두산도 잘 풀리길 바랍니다. 내년에는 롯데와 두산이 한국시리즈에서 만나 경기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끝으로 롯데와 계약하고 나서 전화드렸는데 바쁘셨는지 통화가 잘되지 않았습니다. 일단 이 편지로 그간의 감사함을 전합니다. 곧 찾아뵙고 정중히 인사올리겠습니다.
제자 홍성흔 올림
모처럼 정말 좋은기사를 접하니 나도 모르게 눈물샘이 고이네요.
매일아침 이렇게 가슴뭉클한 기사를 읽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