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저녁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조모(JOMO)컵 2008 한일올스타전’에서 K-리그는 전반 최성국의 선제골과 후반 에두의 연속골로 다나카 툴리오가 1골을 만회하는 데 그친 J리그를 2골 차로 격파했다.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와 J리그 18개 서포터스가 연합된 응원전으로 압박했지만 K-리그 올스타는 문전에서의 강한 집중력으로 3골을 뽑고, 후반 시작과 동시에 맞은 페널티킥 위기를 이운재가 막아내며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사상 처음으로 열린 K-리그와 J리그 간의 올스타전 맞대결에서의 승리로 최근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던 상대 전적을 일거에 만회하는 성과를 올렸다. 97년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프랑스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일본을 상대로 극적인 2-1 역전승을 거뒀던 차범근 감독은 또 한번의 도쿄대첩에서의 승리를 일궈내기도 했다.
주도권 잡은 J리그의 융단폭격
J리그의 선축으로 시작된 경기는 전반 2분 정대세가 날카로운 오른발 슛을 기록하며 본격적인 공방전 체제를 갖췄다. K-리그도 2분 뒤 라돈치치가 중거리 슛으로 반격에 나섰고 5분에는 오가사와라가 올린 크로스를 정대세가 이정수에 앞서 헤딩으로 연결하기도 했다.
전반 초반의 탐색전이 끝난 뒤에는 정확한 패스웍과 위협적인 측면 침투를 앞세운 일본이 한국 수비진을 흔들며 주도권을 잡았다. 16분에는 나카무라 켄고의 강력한 오른발 슛이 K-리그 골문 왼쪽 구석으로 향하는 것을 이운재가 몸을 던져 막아냈다. K-리그가 포백 수비와 미드필드 간의 간격이 벌어지며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자 J리그는 적극적인 중거리 슛과 날카로운 전진 패스를 마음껏 구사했다.
그 와중에 K-리그도 개인 전술을 앞세워 기회를 맞았다. 17분에는 최성국이 놀라운 드리블과 페인팅으로 페널티 박스 안에서 수비 2명을 순간적으로 제쳤다. 직접 슈팅이 가능했던 상황이지만 최성국은 반대편으로 들어오는 두두에게 크로스를 제공했다. 그러나 공은 두두에게 연결되기 직전 수비에 걸렸다.
23분에는 김남일이 켄고의 패스를 다이렉트 슈팅으로 연결해봤지만 위협적인 장면으로는 이뤄지지 않았다. K-리그는 2분 뒤 라돈치치가 특유의 파워풀한 침투로 J리그 수비를 물리치며 페널티박스 안으로 진입해 옆으로 내준 패스를 두두가 그대로 왼발로 찼지만 공은 반대편 골대 옆으로 아쉽게 빗나갔다.
이날 나고야의 노르웨이 출신 공격수 욘센과 투톱으로 나선 정대세는 J리그 공격의 선봉 역할을 톡톡히 했다. 27분과 32분에는 연이어 위협적인 헤딩 슛을 날렸고 35분에는 강력한 중거리 슛을 날렸다.
K-리그 3백 전환, 한방으로 선제골
한국은 계속되는 열세 속에 수비라인을 3백으로 전환하며 안정감 찾기에 나섰다. 윙으로 나섰던 최효진은 3백 전술에서 오른족 측면의 윙백으로 내려왔고, 풀백을 보던 김치우는 전진배치됐다. 대신 오른쪽 풀백을 보던 이정수가 왼쪽 스위퍼로 내려왔다. J리그의 측면 공략을 차단하겠다는 의도였다.
전술 교체 후 대등한 경기를 펼치던 K-리그는 강한 결정력으로 선제골을 뽑았다. 최성국이 페널티박스 오른쪽 모서리 부근에서 김남일로부터 얻어낸 프리킥을 두두가 왼발로 감았고 공은 골대 상단 사각지역으로 정확히 날아갔다. J리그 골키퍼 나라자키가 뛰어올라 막았지만 옆으로 쳐낸 공은 골대를 맞고 나왔고 미리 위치를 점하고 있던 최성국이 오른발 발리로 마무리했다. 37분 터진 성남 공격 콤비의 합작품이었다.
득점 후 최성국은 코너플랫으로 달려가 깃발을 뽑은 뒤 달려오는 동료들에게 기관총을 갈기는 듯한 세레머니로 기쁨을 표시했다. 최근 독도 영유권 문제로 민감해진 양국 간의 정치, 외교 상황을 감안해 민감한 세레머니를 자제하기로 한 K-리그 올스타는 대신 익살스러운 세레머니를 펼치는 지혜를 보였다. 수비 안정과 선제골로 자리를 잡은 한국은 라돈치치의 힘과 두두의 예리한 왼발, 최성국의 침투로 기회를 잡으며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왔다.
위기의 페널티킥, 이운재의 슈퍼세이브
전반을 리드한 상태로 마친 K-리그는 후반을 시작하자마자 위기를 맞았다. J리그의 야마세 코지가 왼쪽 측면에서 빠르게 돌파해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한 상황에서 최효진이 뒤에서 반칙한 것을 마크 실드 주심이 페널티킥으로 선언한 것. 그대로 동점골을 내줄 경우 J리그로부터 겨우 뺏어온 주도권을 내줄 수 있는 위기 상황이었다.
그때 빛난 것은 ‘승부차기의 귀신’ 이운재였다. 키커는 페널티킥을 얻어낸 야마세가 직접 나섰다. 야마세는 작은 페인팅으로 두 차례 타이밍을 잡았다가 왼쪽으로 찼지만 이운재는 정확하게 코스를 읽고 몸을 날려 쳐냈다. 지난해 아시안컵 3-4위전에서도 일본 대표팀을 상대로 승부차기에서 놀라운 선방으로 승리를 불렀던 이운재가 또 한번 명골키퍼로서의 진수를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이운재는 이어진 상황에서도 다나카 툴리오의 위협적인 슛을 잡아내는 집중력을 선보였다.
’황금왼발’ 에두의 연속골
J리그와 주도권 싸움을 펼치던 K-리그는 58분 멋진 슈팅을 선보였다. 30미터의 먼 거리에서 얻은 프리킥을 이관우가 강력한 슈팅으로 수비벽 옆으로 날렸다. 다나카 툴리오의 머리를 스치며 굴절된 공은 골문으로 빠르게 날아갔지만 나라자키가 뛰어올라 막아냈다.
이어진 코너킥 상황에서 이관우가 올린 것을 라돈치치가 문전에서 뛰어올라 헤딩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J리그의 주축 수비수 나카자와가 유니폼을 끌어당기며 방해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J리그에 페널티킥을 줬던 마크 실드 주심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K-리그의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에두는 정확한 왼발 슛으로 오른쪽 구석을 가르며 K-리그의 2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60분 경의 일이었다.
에두는 자신의 첫 골이자 K-리그의 2번째 골을 터트린 지 3분 만에 추가 골을 뽑았다. 역습 상황에서 최성국이 오른쪽 측면을 질풍 같은 드리블로 무너트렸다. K-리그 공격수와 J리그 수비수가 3명씩 동일한 상황에서 라돈치치가 영리하게 수비수 둘을 이끌고 페널티박스 안으로 들어갔고 최성국은 반대편에서 뛰어오던 에두에게 정확하게 패스했다. 에두는 나라자키가 나오며 1대1 상황이 마련되자 침착한 칩 슛으로 성공시켰다. K-리그의 승리가 점쳐지는 순간이었다.
툴리오 만회골, 영패 면한 J리그
에두의 연속골로 3골 차로 도망간 K-리그는 승기를 잡았다. J리그 올스타팀의 올리베이라감독은 이후 다수의 선수를 교체하며 만회골 마련에 애썼다. J리그는 67분에 1골을 만회했다. 페널티박스 오른쪽 측면에서의 프리킥을 미드필더 오가사와라가 낮고 빠르게 올려주자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다나카 툴리오가 그대로 오른발로 방향을 틀었다. 골대로 향하는 공 앞에 있던 정대세가 껑충 뛰며 스크린 역할을 했고, 이운재가 손 쓸 겨를 없이 그대로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K-리그는 추격의 빌미를 내줬지만 이후에도 많은 선수를 교체하는 여유를 보였다. J리그는 만회골의 주인공 다나카가 잇달아 전방으로 올라오며 기회를 마련했다. 87분에는 다나카는 이운재를 대신해 교체된 김영광이 지키는 K-리그의 골문을 위협하는 장면을 마련했다. K-리그도 후반 교체투입된 정경호의 빠른 발을 앞세워 수 차례 J리그 골문을 흔들었다. 후반 추가 시간에는 정경호가 빠른 드리블 돌파 후 올린 크로스를 김진용이 문전에서 강한 헤딩 슛으로 만들었지만 공은 골대 위를 넘어서고 말았다.
조모컵 2008 한일올스타전(8월 2일, 일본 도쿄국립경기장)
K-리그 올스타 3-1(1-0) J리그 올스타
득점: 최성국(37’), 에두(57’ PK, 60’, 이상 K-리그), 다나카 툴리오(67’, 이상 J리그) 사진 제공=블루포토 신인기(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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